[그것이 알고 싶다]대구 여대생 사망 사건, 주범 스리랑카인 법정에 서다. 그 진실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대구 여대생 사망 사건을 다뤘습니다.


11월 3일 밤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20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은 대구 여대생의 죽음에 남겨진 의혹, 사건을 둘러싼 의문스러운 과정을 다시 추적한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지난달 12일 스리랑카인 K(가명) 씨가 한국에서 저지른 범죄 혐의로 스리랑카 검찰에 기소됐습니다. 우리나라 검찰이 스리랑카 검찰과 공조해 현지에서 기소한 것입니다.


'K 씨는 어떤 사건의 용의자였을까, 또 왜 처벌 없이 스리랑카로 돌아가 고국에서 기소됐을까'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대구여대생 사망사건


대구여대상 사망사건 피해자


1998년 대구 구마고속도로 상에서 여대생 정은희 씨가 23톤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고 현장은 참혹 그 자체였습니다. 당시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던 구급대원도 큰 충격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구급대원은 "어떻게 손 쓸 방법도 없었다. 지금도 생각 많이 난다. 빨간 지갑이 떨어져 있었다"고 했습니다.


대구여대생 사망사건


'정은희 씨는 왜 어두운 새벽, 끔찍한 사고를 당한 걸까' 그 시기 근처에 위치한 공단에서는 스리랑카인 3명이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하며, 흘려 듣기에는 그 시기가 너무 절묘했습니다.


사고가 있기 전 학교 축제가 있던 날, 학교 주점에서 동기와 늦은 밤 학교를 나섰던 정은희 씨가 이튿날 새벽 학교에서 5km나 떨어진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상황입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대구여대생


당시 정은희 씨가 메고 있던 가방에는 소지품이 없었고 또 입고 있던 청바지 안에 속옷도 없어졌습니다. 피해자의 가방 안에 들어있던 물건은 사고 지점 근처 풀숲에서 발견되었고 속옷 두점도 역시 발견되었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대구여대생 속옷


'속옷이 벗겨진 것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유가족들은 당시 "성폭행을 당한 것 같으니 부검을 하자고 했다"고 했습니다. 경찰은 "그 팬티는 아가씨들이 입는 팬티가 아니었다. 시신에서 정액이 검출되지 않아 속옷 감식을 하지 않았다"고 부검을 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대구강북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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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유가족들은 사고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지점에서 정은희 씨의 속옷을 발견하는 등 성폭행이나 다른 범죄 피해 의혹을 제기했지만 경찰은 초기부터 단순 교통사고로 판단,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습니다.



당시 고속도로 옆에서 정은희 씨의 속옷을 발견한 정은희 씨의 친구는 "술버릇은 크게 없었다"며 "우리가 유품을 찾으러 갔다가 쌍둥이에게 물어보니 은희 것이 맞다고 하더라"라고 말을 했습니다.


정은희 친구


성폭행 소문을 알고 있다는 외국인 근로자는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게 "소문 속 성폭행 피해 여성이 은희 씨와 같은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습니다. 


스리랑카인


가족들의 강력한 항의로 인해 사건 발생 5개월 후 사고 지점 근처에서 발견된 속옷 2점에 대한 정액 반응 검사가 이뤄졌으며, 그 결과 정액이 검출되었습니다.

해당 속옷이 유전자 감식 결과 피해자인 정은희 씨의 것으로 밝혀졌고 신원미상의 남성의 DNA도 검출되었습니다.


사건 15년 후인 2013년, 피해자의 속옷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하는 사람이 드디어 나타났습니다. 유력 용의자는 바로 당시 성서공단 근로자였던 K씨였습니다.


한 외국인은 "금복주 사거리에서 여자 하나 술 먹어가지고 길거리에서 자전거로 데리고 가서 고속도로 굴다리 그 구마고속도로 굴다리 들어가서 셋다 성폭행만 했다고 했다"고 들은 소문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대구여대생 사망사건


트럭 운전기사는 사고 직전 피해자가 중앙 분리대에서 갓길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고 했고 이미 중앙 분리대가 있는 고속도로 안쪽까지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던 중 사고가 났다고 합니다.


대구여대생 덤프트럭


이에 이수정 교수는 "여성이 어떻게든 좀 구조를 요청하고 싶었을 것 같다. 그래서 불빛을 따라 이동하던 중 차량의 불빛을 보고 접근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보니 결국 고속도로분리대를 넘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혹시 피해자가 성폭행 피해 도중 K 씨와 그 일행을 피해 다급히 도망치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K 씨와 일행은 교통사고를 목격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K 씨의 지인은 가해자들이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을 몰랐다고 합니다.


대구여대생 스리랑카인


K 씨가 체포되고 나서야 피해자의 사망소식을 알게 되었고 소문을 알고 있던 지인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K 씨는 지난 2010년 미성년자에게 성매수를 제안했다가 적발됐고, 2013년에는 20대 여성을 강제 추행하다가 경찰에 체포되었습니다. 당시 경찰은 K 씨의 유전자를 채취했고, 그 결과 피해자 속옷에서 발견된 DNA와 K 씨의 DNA가 일치했습니다.


대구 여대생 성폭행사건


그러나 K 씨는 1심에 이어 2심, 대법원에서도 무죄를 받았고 이후에 스리랑카로 추방되었습니다.

대구지방법원 공보판사는 이에 대해 "특수강도 강간죄에 대해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검출된 DNA는 강간에 대한 증거는 될 수 있지만 특수강도나 특수 강간에 대한 증거로는 부족하다. 강간죄로 기소하기에는 공소시효가 이미 끝났다"고 했습니다.


대구지방법원


특수강간은 가해자가 2명 이상이고 흉기를 가지고 있거나 일몰 후 범행일 때 이 죄명을 붙입니다. 강도는 폭행과 협박이 동반된 상태에서 물건을 갈취한 것입니다. 특수 강도 혐의는 증거 불충분으로 재판에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특수강간 혐의는 어떨까? 강간의 경우 공소시효가 10년으로 기소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특수강도 강간 혐의의 공소시효는 15년이고 이 때문에 검찰이 특수강도 강간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이 죄명이 성립하기엔 강도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습니다. 결국 사건 초기 경찰의 잘못된 초동 수사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구여대생 사망사건 보도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캔디에서 마트를 운영한다는 정보만 가지고 K씨를 만나러 갔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K씨에 대해 묻자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졌다. 한국에서 일했던 스리랑카 사람들에게 K씨는 어떤 존재인 것일까? 이들은 K씨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렸습니다. 대구지역 경찰들도 그를 위험한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2014년 대구 경찰관계자는 "본인 자체도 폭력성이 있다. 그쪽 애들이 무서워한다. 조직이 좀 있다"고 말했습니다. K씨 지인은 그를 모함하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일축했습니다. 



하산따는 "나는 모른다. 거기 있지도 않았고 모른다. 기억이 안난다. 거짓말로 있었다고도 없었다고도 할 수 있는데 나는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을 얼마든지 촬영해도 좋다고 여유를 부렸고 그는 "K를 만난 적이 있다. 전화와서 어디 있냐고 했다. 그 사람 부인과 왔었다. 그냥 와서 이야기 하고 갔다. 누군가 자기를 잡으려 한다고 했다. 그 사람도 자기가 성폭행 안했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스리랑카 검찰이 고 정은희씨 사건을 수사하고 용의자 K씨를 기소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스리랑카 날린 로산타 법무차관은 "심문 결과 K씨가 주동자로 밝혀졌다. 이 사건을 콜롬보 법원에 기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현지 검찰이 한국에서 범행을 저지른 K씨를 스리랑카 법정에 세울 수 있을까? 그는 "스리랑카 사람이 외국에 가서 범죄 행위를 한 것이 스리랑카 국내법에도 위반이 된다면 스리랑카 법원에서도 같은 사항으로 적용된다. 외국에서 위반한 것을 스리랑카에서 기소하고 재판한 것은 처음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2016년 개정된 법에 따른 것이고 스리랑카는 성범죄에 특히 엄격하다고 합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캡쳐


K씨는 성폭행이 아닌 성추행으로 기소됐습니다. 이에 로산타 차관은 "성추행으로는 5년 형이 최고이고 다른 법을 적용해 벌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성폭행은 성폭행 피해자가 직접 진술해야 하고 그것을 본 사람이 있어야 한다. 지금 증거물로 성추행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여자의 속옷을 내리는 행위 자체가 성추행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캡쳐


이번 기소는 우리 검찰이 스리랑카에 공조 수사를 요청하고 스리랑카 검찰이 뜻을 같이 하며 시작됐습니다. 


김영대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지검장은 "2심에서 유죄를 받을거라 생각했다. 상고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리랑카에 알아보니까 스리랑카에는 아직 시효가 남아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안되면 외국에서라도 밝혀야겠다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영대 지검장은 "성추행으로 기소해 실망이 크긴 했지만 스리랑카에는 스리랑카의 법이 있는거니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죄명은 성추행이지만 스리랑카의 경우 국내 강간죄 보다 더 높은 수위의 처벌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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